해남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소녀들, 우리 여기 살아 있어요(기사)

▲ 연극 ‘소녀들’은 황산면 공점엽 할머니와 50여명의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해남중학생들과 고등학생, 군민들이 출연했다.

중학생들 출연 위안부 삶 그려
12일 제막식서도 단막 올라가

“흰 빨래가 금방 붉어진당게요. 이 사람들이 나라에서 내 몸에 허가를 내줬다 해요. 아버지한테까정 허락을 받았다 해요. 아버지가 나를 폴았으까? 당골로 살아도 좋아요. 날 살려줘요. 아버지….”
객석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린 소녀들의 눈물어린 대사에 흰 머리 지긋한 노인도, 또래 학생들도 울어버렸다.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아픔을 그린 연극 ‘소녀들(부제:우리 여기 살아있어요)’이 지난 1일 해남문화원에서 열렸다.
연극 ‘소녀들’은 황산면 공점엽 할머니와 50여명의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의 증언을 선이, 길자, 청자, 순이, 화자, 옥이 등 가상의 인물에 담아 풀어냈다.

15살, 16살. 당시 소녀들과 같은 또래의 해남 소녀들이 연기했다. ‘어린 선이’역에 정선아(해남제일중2), ‘길자’역에 이수은(해남제일중2), ‘옥이’역에 장윤수(해남제일중2), ‘청자’역에 서가은(현산중3), ‘화자’역에 김혜리(해남제일중2), ‘순이’역에 박은빈(현산중3) 학생이 맡았다. 또한 해남공고 2학년 천준표, 정택주, 이용수 학생이 ‘소년병’역을 맡았다. 연출은 정수연, 예술감독은 전병오씨가 맡았다.
어린 소녀들이 시대의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소녀들은 두려움, 고통, 분노 등 시대적 아픔을 적절히 표현해냈다.
‘순이’ 역할을 맡은 현산중 정선아(16) 학생은 “저와 같은 나이에 그런 일을 겪으신 게 정말 슬프고 안타까워요. 연극 연습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적이 많았어요. 할머니들의 그 아픔을 모두 담아낼 수 없으니까요”라며 그간의 심정을 말했다.

이번 연극은 연극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학생과 군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특히 ‘어른 선이’역을 맡은 화산면 최순덕 씨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순덕 씨는 평생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위안부 피해자 ‘어른 선이’를 연기했다. 이날 연극을 본 관객들은 ‘시대의 아픔을 연기한 학생들이 자랑스럽다’, ‘전문배우가 보여주지 못하는 풋풋한 감동, 울컥하는 대목이 많았다’ 등의 감상평을 전했다.
한편 오는 12일 해남 평화비 제막식에 연극 ‘소녀들’이 단막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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